아침부터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됐다. 그도 그럴 게 해외 파견 근무자 명단이 뜬 날이었다. 민주씨 이름 뜬 거 봤느냐고, 내내 옆에서 얼쩡거리는 박대리 때문에 민주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거였다. 기회 되면 가겠다고 얘기도 했었으니까. 한동안 끼리끼리 모여 수군거리던 직원들은 그제서야 전부 제자리에 돌아갔다....
나 잘하면 미국 갈 수도 있어. 뜬금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쏟아졌다. 미국은 갑자기 왜?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들었다. 교수님이 교환학생 추천서 써주신대. 아까부터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손에 쥐고 있던 유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쓰레기통을 찾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쓰레기통이 보이질 않았다. 평소엔 지나갈 때마다 보였던 게. 같이 나란히 ...
스무 살의 끝자락은 유난히 추웠다. 비단 계절만의 이유는 아니었다. 아까부터 베란다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패딩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넣고 입김만 후후 불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다가갔더니 유리가 놀란 듯이 돌아봤다. 뭐야. 놀랬잖아.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혜리는? 하고 묻길래 잔다고 답했더니 대...
고등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수업 내용부터 시작해서 입시까지.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다. 중학생 땐 곧잘 했던 반장도 선거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못했고 성적도 예전보단 조금 내려갔다. 덕분에 전보다 성격이 예민해졌다. 그러다 그게 터져버린 건 중간고사 시험 마지막 과목을 망쳤을 때였다. 시간 배분을 잘못해서 마지막 다섯 문제는 마킹을 ...
하루 종일 할 말 있는 사람처럼 굴더니 혜리가 내민 건 노트 한권이었다. 교환일기 알지. 우리 그거 할래? 친구들끼리 노트 한권에다 번갈아가면서 일기를 쓰고 그걸 읽는 거였다. 셋이 같이 하는 거지? 한명씩 이름을 써넣는데 혜리가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이며 그랬다. 조유리는 안 한대. 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책상 앞에 앉아 나란히 쓰인 이름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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